
안녕하세요. 수면질환을 진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재하입니다.
불면증 진료를 마치고 나면 환자분들이 문을 나서기 전에 이런 질문을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장님, 멜라토닌은 먹어도 괜찮나요?” “감태나 락티움 같은 수면 영양제는 정말 효과가 있나요?”
“천연 성분이면 수면제보다 안전하지 않을까요?”
수면제에 대한 부담 때문에 먼저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을 찾아보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수면보조제는 제품 광고만 보면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임상연구를 살펴보면 성분마다 근거의 수준과 쓰임새가 상당히 다릅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만성 불면증을 확실하게 치료한다고 말할 수 있는 영양제는 현재 없습니다.
다만 일부 성분은 특정 상황에서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효과보다 약물 상호작용을 더 주의해야 하는 성분도 있습니다.
수면 영양제는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할까요?
수면 연구에서는 단순히 “먹고 잘 잤다”는 느낌만 보지 않습니다.
주로
-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
- 자다가 깨어 있는 시간
- 전체 수면시간
- 수면 효율
- 주관적인 수면의 질
등을 함께 평가합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잠드는 시간이 몇 분 줄었지만 전체적인 수면 만족도는 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품 광고에서 “수면 개선 효과 확인”이라는 문구 하나만 보고 모든 수면 문제가 좋아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멜라토닌: 모든 불면증에 좋은 것은 아닙니다
멜라토닌은 다른 허브 성분들과 조금 다릅니다.
우리 몸에서 밤이 되면 실제로 분비되는 호르몬이며, 수면을 강제로 만드는 것보다 우리 몸에 ‘지금은 밤이다’라는 시간 신호를 주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멜라토닌은 특히 일주기리듬이 흐트러진 경우에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잠드는 시간이 새벽으로 계속 밀리는 수면위상지연이나 시차 문제처럼 생체시계 자체가 어긋난 경우입니다.
반면 특별한 생체리듬 문제 없이 나타나는 일반적인 만성 불면증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2023년 유럽 불면증 가이드라인은 즉방형 멜라토닌을 일반적인 불면증 치료로 권고하지 않습니다. 다만 55세 이상의 불면증에서는 서방형 멜라토닌을 일정 기간 고려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즉,
“멜라토닌은 불면증에 효과가 있다/없다”
로 단순하게 나누기보다는 어떤 사람에게 어떤 제형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감태 추출물: 흥미로운 결과는 있지만 아직 연구가 작습니다
감태에 포함된 플로로탄닌(phlorotannin)을 이용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수면 중 깨어 있는 시간(WASO)이 감소하는 결과가 관찰된 적이 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실제 분석 대상이 20명 정도인 매우 작은 연구였고, 전체적인 수면의 질을 평가하는 PSQI 점수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현재 근거만으로 “감태를 먹으면 불면증이 치료된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수면유지에 미치는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는 초기 단계의 성분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락티움: 연구가 늘고 있지만 아직 확정적인 단계는 아닙니다
락티움은 우유 단백질에서 유래한 알파-s1 카제인 가수분해물입니다.
기존 연구에서는 주관적인 수면일지에서 일부 개선이 관찰됐지만 객관적인 수면검사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만성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잠드는 시간이 줄어드는 등의 긍정적인 결과도 보고됐습니다.
다만 연구 대상이 수십 명 정도로 작고 장기간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자료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효과가 없다”라기보다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정도가 균형 잡힌 평가입니다.
아쉬와간다: 일부 긍정적 연구가 있지만 장기복용은 신중하게
아쉬와간다는 스트레스와 수면 개선을 목적으로 많이 판매되는 허브 성분입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불면이나 스트레스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연구마다 사용한 추출물과 용량이 다르고 규모도 크지 않습니다. 장기간 복용했을 때의 안전성 자료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드물지만 간손상 사례가 보고되어 있고, 갑상선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이 있거나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천연 성분이니 오래 먹어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카모마일: 편안한 차 한 잔과 불면증 치료는 다른 문제입니다
카모마일차를 마시면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만성 불면증 치료효과를 입증한 연구는 매우 부족합니다.
미국 NCCIH 역시 현재 임상시험 자료만으로 카모마일이 불면증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결론 내릴 정도의 근거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저라면 카모마일을
“치료제”보다는 잠들기 전 편안한 루틴을 만드는 음료
정도로 생각하겠습니다.
세인트존스워트는 수면 영양제로 권하지 않습니다
세인트존스워트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주의해야 합니다.
일부 우울증 연구에서 사용돼 왔지만 불면증 치료제로 확립된 성분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약물 상호작용입니다.
세인트존스워트는 여러 약물의 대사를 변화시켜
- 일부 항우울제
- 피임약
- 항응고제
- 일부 항경련제
- 면역억제제
- 심혈관계 약물
등의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일부 항우울제와 함께 복용하면 세로토닌 관련 부작용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처방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건강기능식품이라고 가볍게 추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고르면 될까요?
수면보조제를 고를 때 저는 세 가지를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첫째, 내가 겪는 문제가 실제로 어떤 수면 문제인지 확인합니다.
잠들기 어렵다는 것과 자꾸 깨는 것, 너무 일찍 깨는 것, 낮에 지나치게 졸린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둘째, 광고문구보다 연구 결과를 봅니다.
“천연”, “프리미엄”, “숙면 특허원료” 같은 표현이 임상적인 치료효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 현재 먹고 있는 약과 함께 복용해도 되는지를 확인합니다.
특히 정신과 약, 항응고제, 갑상선약, 면역억제제 등을 복용하고 있다면 더욱 중요합니다.
수면 영양제를 먹고 실제로 좋아졌다면요?
이미 어떤 제품을 복용하면서 특별한 부작용 없이 도움이 된다고 느끼고 있다면 그 경험 자체를 무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효과를 느꼈다”와 “만성 불면증의 원인을 치료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몇 달 동안 계속 영양제를 먹어야만 잠을 잘 수 있거나, 점점 제품과 용량이 늘고 있다면 한 번쯤 현재의 수면 문제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성 불면증에서 가장 근거가 좋은 치료는 따로 있습니다
수면보조제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꼭 알고 계셨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만성 불면증의 1차 치료로 가장 꾸준하게 권고되는 방법은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입니다.
생활습관을 단순히 교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 잠에 대한 과도한 걱정을 줄이고
- 침대에서 깨어 있는 시간을 조절하고
- 수면압을 다시 높이며
- 침대와 수면의 관계를 회복하는
구조화된 치료입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함께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영양제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수면질환도 있습니다
특히
- 심하게 코를 골거나
- 가족이 자다가 숨을 멈춘다고 하거나
- 밤마다 다리가 불편하거나
- 꿈꾸면서 심하게 움직이거나
- 충분히 자도 낮에 지나치게 졸리다면
단순 불면증이 아니라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행동장애, 기면증 등 다른 수면질환을 확인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영양제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보다 왜 잠이 좋지 않은지를 먼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면다원검사 역시 모든 불면증 환자에게 시행하는 검사는 아니며, 다른 수면질환이 의심될 때 선택적으로 사용합니다.
결국 수면보조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먹으면 잘 잘까?”보다 “나는 왜 잠을 잘 못 자고 있을까?”입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의학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내용이며, 건강기능식품 및 약물의 복용은 개인의 질환과 복용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재하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82 신현프라자 6층
인천지하철 1호선 예술회관역 3번 출구 앞
※ 2026년 11월 1일부터 의료기관명이 ‘굿나잇 슬립의원’으로 변경될 예정입니다.
숨수면의원 인천: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82 신현프라자 6층 네이버 예약
출처: 네이버 블로그 원문